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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4편의 연작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는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입니다. 피렌체 공화국을 통치했던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아 종교와 신화 등에 관련된 그림을 남겼습니다.
인체의 비율과 원근법을 강조한 사실적인 묘사보다 우아한 곡선미를 살려 신비하고 시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낸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르네상스의 유행한 원금법을 사용한 사실적인 표현보다 여러 가지 상징적인 장치로 신비롭고 시적인 그림을 그린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한 작품 중의 하나가 지오반니 보카치오의 단편 소설집 「데카메론」에 담긴 '나스타조 이야기'를 소재로 한 4편의 연작입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 연작은 피렌체의 부호 안토니오 푸치가 아들의 결혼 선물을 위해 주문한 그림입니다.
신혼부부의 방에 걸릴 작품으로 사랑 이야기지만 내용은 기묘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을 선물한 당시의 상황
을 추측해 볼 때, 정략결혼을 정당화하려는 귀족사회의 불합리한 잔혹성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 지방의 귀족 '나스타조 오네스티'는 자신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트라베르사리 가문의 파울라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고귀한 집안에 미모가 뛰어난 파울라는 자신보다 조건이 떨어지는 나스타조를 차갑게 대했습니다.
낙담한 나스타조에게 친구들은 얼마간 조용한 곳에 머물며 마음을 추스르라고 조언해 줍니다. 나스타조는 라벤나 외곽의 숲에 화려한 천막을 설치하고 친구들과 먹고 놀며 슬픔을 지우려 했습니다.
보티첼리는 한 화면에 같은 인물을 여러 번 그려 시간의 경과를 나타냈습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첫 번째 이야기>
그림 왼쪽에 화려한 천막을 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붉은 바지를 입은 나스타조가 보입니다. 그보다 조금 더 오른쪽에 잠시 친구들과 떨어져 숲 속을 거닐며 사색에 잠긴 나스타조가 있습니다.
그런 그의 앞에 검은 개와 흰 개에게 물려 고통스러워하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나스타조는 화들짝 놀라 나뭇가지를 들어 개들을 쫓아내려 하지만 여자의 뒤를 쫓는 흰말을 탄 기사가 시간을 정지시키고 나스타조에게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기사는 살아생전 눈앞의 여인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인의 냉혹한 태도 때문에 절망해 자살했고, 여인도 얼마 후 죽게 됐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자살한 죄로 사랑했던 여인을 원수처럼 쫓아가 스스로를 찔렀던 칼로 여인을 죽이고 그 내장을 개들에게 먹여야 하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여인은 생전에 기사를 냉정하게 대하고 그의 죽음을 기뻐한 죄로 계속 기사에게 쫓겨야만 했습니다. 이 일은 매주 금요일 같은 시간에 반복됐습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그림을 보면 멀리 바닷가 근처에서 이러한 사연으로 여자를 쫓는 기사와 쫓기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림 전경을 보면 결국 여자는 붙잡혔고, 기사는 여자의 내장을 파내고 있습니다.
파낸 내장은 그림 오른쪽의 개들이 뜯어먹습니다. 붉은 바지를 입은 나스타조는 눈앞의 광경에 기겁하며 도망치려 하고 있습니다.
기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나스타조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는 어느 금요일에 화려한 파티를 열어 사랑하는 파울라와 가족, 지인들을 모두 초대했습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세 번째 이야기>
세 번째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붉은 천막은 첫 번째 그림의 왼쪽에 있는 천막과 같은 것입니다. 즉, 이 장소는 첫 번째 일이 벌어진 곳보다 왼쪽에 있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금요일 예정된 시간이 되자 역시나 말을 탄 기사와 그에게 쫓기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여자는 또다시 개들에게 물리고 있습니다.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테이블까지 엎어질 정도로 다급히 일어나는데 붉은 바지를 입은 나스타조가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사연을 이야기해 줍니다.
나스타조의 시선은 흰 드레스를 입은 파울라에게 향해 있습니다. 기사와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파울라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날 나스타조에게 결혼을 약속합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네 번째 이야기>
마지막 네 번째 작품에서 나스타조와 파울라의 결혼식이 펼쳐집니다. 배경에는 사랑하는 여인을 결국 쟁취한 나스타조의 승리를 의미하는 개선문이 있습니다.
붉은 바지를 입은 나스타조는 흰 드레스를 입은 파울러 앞에서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연작의 소재가 됐던 보카치오의 단편 소설집 「데카메론」에는 두 사람이 결혼 후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기이한 사랑 이야기지만 인연을 저버린 남녀는 끝없는 형벌을 받고 인연을 맺게 된 남녀는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의 그림을 자신의 아들 결혼 선물로 주고 싶어 했던 아버지의 뜻이 이해가 갑니다.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림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그림만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의 건설은 원래 자연 과학 박물관을 지으려고 계획했던 카를로스 3세에 의해 178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선두적인 스페인 건축가인 후안 데 비야누에바(Juan de Villanueva)가 그 디자인을 책임졌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과의 전쟁 때문에 건설이 중단되었고, 전쟁 후, 페르난도 7세에 의해 그 박물관은 스페인 왕실의 예술품을 보관하기 위해 변경되었습니다. 스페인 왕실의 방대한 수집품을 기반으로 했던 왕실 갤러리가 국립 갤러리가 된 후에도, 가치 있는 예술품의 수집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르네상스 화가들에 대해 알아봅니다.